제 5회 개인전 (1992. 4. 23- 26. 서산 시민회관)

김 문식 초대전에

 

신  항  섭

 필묵을 사용하는 동양화는 선으로 시작하여 선으로 완결된다. 특히 남화로 분류되는 수묵산수화 및 문인화에서는 모든 표현이 선묘위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 같은 형식을 쫒는 화가들로서는 필연적으로 득의의 필선을 얻는데 전력투구하게 마련이다.  필선이 생기에 넘치고 표정이 담길 때 개별적인 조형의 세계를 연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단지 선 하나에 독자적인 미학을 완성시킨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가는 다른 길을 선택할 여지가 없다.

 

  김 문식의 작업도 제구실을 할 수 있는 개성 있는 선 하나를 창조하는데 바쳐진다.  그의 선은 전통적인 필법에서 볼 때 예외에 속한다. 왜냐하면 수묵산수화에서의 선은 자연을 대상으로 형용(形容)하는 까닭에 직선에 대해서는  의식적으로 멀리하는 까닭이다. 실제로 동양화에서는 서양에서의 기하학적인 개념의 직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한 직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각에서 볼 때 직선적인 필법을 구사하는 그의 작업은 일단 예외적인 경우에 속하는 것이다. 대상이 자연이면서도 인간 삶과 유리된 은둔자의 고향의 이미지가 아닌, 현실적인 우리들 삶과 연계된 풍경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그러기에 그의 대부분의 그림에서는 어떤 형태든지 간에 집과 건물이 등장한다.  자칫 자연풍경만을 대상으로 하다보면 관념화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이 같은 의도를 담고 있지 않더라도 시각적인 친근감을 주는 소재임에는 분명하다. 그것은 인위적인 형태인 건물 또는 집과 자연을 조화시킴으로써 한층 현실적이고 친근감 있는 이미지를 이끌어내 수 있다는 점에서도 자연스럽다. 그의 선은 직선적인 형태를 지니고 있기에 민첩하고, 명쾌하며, 직설적인 느낌을 만들어낸다. 직선적인 요인이 있는 형태일 경우에는 빠르고 힘차게 상을 여닫는다. 거기에 주저함이란 있을 수 없다. 숙련된 필치가 지닌 표현의 개방성이다. 어떤 경우에는 위험스럽다고 느낄 만큼 필치가 자유롭다.

 

  이처럼 자유로운 운필은 필경 필력에 대한 자신감에 기인한다. 거기에 깊은 생각을 실을 여지는 없다. 단지 대상을 마주했을 때의 감흥을 숙련된 필치에 거짓 없이 실어내면 된다. 그러기에 그의 작품은 시각적인 쾌감이 있다. 대상에 대한 해석이 명쾌한 것이다.  특히 집, 논두렁, 길, 바위 등의 표현에 나타나는 선은 거의 직선화되고 있다.  한 두 번의 운필로 형상을 완결 짓는 것이다. 이 같은 선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인상은 현대적인 감각이다. 그렇다, 현대인에게 자연은 결코 관념의 대상이 아니다. 그가 전통적인 재료를, 그리고 형식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자연이라는 표현대상을 우리의 일상권으로 끌어들인 것도 여기에 연유한다. 그는 자신의 표현감정에 솔직하다. 그자신이 보고 느끼는 현실감을 필선에 그대로 반영하려는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필선은 자연히 직선화되었고, 또한 속도감을 싣게 된 것이다.

 

 그의 선에서 구태여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골기(骨氣)라든가, 생동(生動)의 미를 요구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그는 전통적인 선의 개념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까닭이다. 그러면서도 명확한 자기표현성의 실현이란 시각에서는 이미 개성 있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그에게 필요한 것은 필선에 표정을 부여하는 일이다. 완급강약의 묘를 살려야만 자기 표현력을 지닌 선으로서의 이미지를 강화시킬 수 있다. 선 하나하나에 선 자체로서의 사색 및 필연성을 부여함으로써 한층 내용이 풍부한 형상을 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현대적인 해석 및 감각을 따르더라도 묵필로서의 고유한 표현성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 그는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으리라는 외부적인 기대감을 짐으로 떠안았다. 그는 이같은 기대감을 조만간 충족시켜 줄 것으로 믿는다.

 

김문식-갯마을구도항-1992-O33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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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식-강변의五月-1992-O33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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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식-겨울시냇가-1992-O33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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